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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Blind

돌이켜보면, '헤이든 리브스'에게 '다비데 칼리'는 늘 어려운 존재였다.


호그와트 급행열차에서 처음 만난 그 애는 들쭉날쭉하던 앞머리를 보고 핀잔을 주면서도, 빗으면 조금 나을 거라며 조그만 빗을 선물로 주었다. 헤이든은 그 애와 같은 기숙사가 된 후로 외모 관리에 꽤나 공을 들이게 되었다. 어울리지 않게 빗질도 제법 열심히 했다. 그들이 조금 자랐을 무렵, 헤이든은 여전히 그 빗을 들고 다닌다며 보여주었고 다비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애의 속마음이 어땠을지는 몰라도, 그 빗은 이후 헤이든의 보물상자 깊숙한 곳에서 나오지 못했다.


호그와트에서의 7년 동안 다비데는 헤이든에게 결코 쉽지 않은 난제였다. 그 애는 멋대로 볼을 꼬집으며 둘 사이의 거리감이 아주 좁은 것처럼 굴다가도, 조금만 가까워지려 다가서면 곧장 선을 그었다. 우리가 그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는 듯. 프롬 파티 날은 여러모로 최악의 기억으로 남았다. 미래에 대한 조그만 약속이라도 받아내고 싶었던 모든 행동은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기만 했고, 결국에는 거짓 섞인 작별 인사로 이어졌다. 처음으로 자신을 먼저 끌어안은 다비데의 품 속에서 헤이든은 직감했다. 이것이 둘 사이의 마지막이라고. 이제 정말, 우리에게 '다시'는 없을 거라고.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다비데, 너 성격 나빠."


너도 알겠지, 네가 했던 말이니까. 열일곱의 헤이든은 부정했지만 스물넷의 헤이든은 동조했다. 감정 따위는 묻어나지 않는, 아주 건조한 말투로.


헤이든 리브스는 졸업 이후 아일랜드에 정착하자마자 예언자 일보와 함께 머글들의 신문도 구독했다. 머글 친구들에게 물어 '로켓 퀸'의 음반도 구매했다. 그리운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귓가에 퉁명스러운 말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징그러워. 집착 심한 남자는 인기 없다니까 그러네. 움직이지 않는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멀어진 거리가 실감이 났다. 동시에 네게 묻고 싶었다. 내가 너를 붙잡는 게 싫어서 나를 밀어낸 거라면, 내가 너를 붙잡지 않으면 그 때는 작별하지 않아도 되는지.


하지만 붙잡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나를 붙잡아 줄 것도 아니잖아. 불쑥 올라오는 원망들을 그는 느리게 삼켰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그러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 날의 다비데는 그저 제게 장단을 맞추어 준 것 뿐이니까. 모질게 굴면서도, 끝까지 모질지는 못했던 그 애.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속에 조금은, 아주 조금은. 자신을 향한 애정이 있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제가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 그 애가 반겨줄 거라는 자신이. 로켓 퀸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두고 날리기를 다섯 번째 반복했을 즈음, 네가 오지 않은 세 번째 크리스마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고. 아니, 애초에 그 애는 제 손에 붙잡혔던 적이 없다는 걸 인정하자고.


그런데, 이제 와서.

네가 내 생각을 하며 노래를 만들었고, 내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내가 너를 편견으로 보고 있다고."


헤이든 리브스는 꽤나 노력했다. 그 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얻기 위해서.

어울리지 않는 순진한 척도 하고, 징그럽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약한 척도 하고, 억지 섞인 투정도 부려보고.


하지만 너는, 늘 떨떠름한 표정만을 지어서.

단 한 번도, 나와 있을 때 행복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졸업하면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이야기하곤 해서.


"그 모든 게 네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건데 그게 어떻게 편견이야, 다비데."


언젠가는 내가 네게, 그래도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6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믿음은 서서히 무너졌다.

친구에서 그저 동창으로, 동창에서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으로.


"넌 나에게 한 번도 진심을 내보인 적이 없었잖아."


확실히 다비데 칼리와 헤이든 리브스는 닮은 구석이 많았다. 그러나 둘은 결코 같아질 수 없었다. 진심을 숨기는 것에 능한 다비데 칼리를, 언제나 진심으로 부딪히던 헤이든 리브스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속에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을 거라 멋대로 기대한 적은 있었으나, 글쎄. 그게 과연 현실적인 판단이던가.


"네 속에 적어도 나에 대한 애정이 한 자락이라도 있을 거라고 믿고 매달릴 때에도, 넌 내게 한 번도 확신을 준 적이 없었잖아."


제가 조금만 더 낙관적인 사람이었다면, 네가 자신을 생각한 날들이 있었을 거라고 속 편하게 믿을 수 있었을까. 한 때 친구였던 사이가 아니라, 아직도 친구인 사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여전히 네게 영국으로 놀러오라고 투정을 부리며 웃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헤이든 리브스는 그토록 순진하지 않았고, 낙관적이지도 못했다. 그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희망보다는 최악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었으며, 이제는 이별에 익숙한 어른이 되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해볼래? 내가 너한테 뭔지."


헤이든 리브스가, 다비데 칼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친구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는 되는지. 지나가다 마주치면 반가워 할 얼굴이기는 한지. 한 번쯤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기는 한지. 거짓 섞인 약속에 내가 기꺼이 너를 만나러 가리라고 기대했던 적은 있는지.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이런 말을 내뱉어도 되는 사이기는 한지.

내가 멋대로 네게 친구라는 이름을 들이밀고, 멋대로 실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헤이든 리브스는 다비데 칼리의 앞에 설 때면 늘 작아졌다.

그 애 안의 자신의 비중은 딱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