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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bout Boggart

보가트(Boggart).

자신과 마주친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변신하는 생물.


대체로 폐쇄된 공간을 선호하나 어두운 구석 및 숲 속에서도 발견되며, 자신이 숨어 있는 곳을 흔들거나 긁으며 존재를 알린다. 목격자가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한 뒤 스스로 튀어나오는 편이 더 공포를 조성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보가트의 시선에 목격자가 보이지 않을 경우 혹은 목격자가 보가트를 인식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목격자가 두려워하는 대상을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만약 앞선 추측이 옳다면, 목격자가 인식하기 전의 보가트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모습을 알리고 싶지 않아 폐쇄된 공간이나 어두운 구석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보가트를 발견하기 쉬우며, 예민한 머글들은 마법사들처럼 보가트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도 있다. 어른의 경우에는 간단히 퇴치할 수 있으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이 보가트의 서식지와 비슷한 곳을 함부로 열어보거나 찾아가지 않도록 주의를 시키는 편이 안전하다. 또는, 둘 이상의 아이들이 함께 행동하도록 하는 것 역시 보가트로부터 안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두려워하는 것이 다른 두 사람을 동시에 마주한 보가트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가트는 생물과 무생물, 어느 쪽으로도 변할 수 있으며 대상의 특성을 재현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목격자가 공포를 느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목적이 있으므로, 목격자가 공포를 느끼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어, 어느 교수님께 잔소리를 듣는 것이 두려운 학생의 보가트는 잔소리하는 교수님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할 수는 있어도 교수님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들까지 재현하지는 못할 수 있다. 추후 뾰족한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의 보가트로 주사기가 등장한다면, 해당 주사기의 피스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여 앞선 추론을 검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보가트에 대응하는 마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리디큘러스 주문으로, 보가트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비웃을 수 있도록 하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순간적인 재치와 상상력이다. 자신의 보가트를 어떻게 만들어야 비웃을 수 있을지, 빠르게 판단하고 풍부하게 상상해야 한다. 실습 전까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들을 미리 떠올려 보고 대비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보가트의 모습은 '현재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므로, 이후의 경험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보가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면 지금의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 다 썼다."


헤이든은 눈가를 꾹 문지르며 책을 덮었다. 본격적인 실습 전, 보가트에 대한 정보를 다시 되짚으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정리해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에 추가 점수를 얻을까 싶어 레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지만, 빽빽하게 쓰인 작은 글씨를 읽으며 정리하다 보니 눈이 피로했다. 역시 책 읽는 건 나랑 안 맞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보가트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던 책을 덮곤 도서관 밖 창문을 바라본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그칠 기색이 없었으므로, 오늘 비행은 글렀구나 생각하며 짧게 혀를 찼다. 곧, 잉크가 다 마른 양피지와 깃펜을 챙겨들고 도서관을 나섰다. 써야 할 레포트가 몇 가지 더 있었으나 오늘은 쉬고 싶었다.


비가 오는 날의 헤이든은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없었다. 그는 대부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편이었으므로 건물 안에 틀어박혀 보내는 일상에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도서관에서 밀린 과제를 하거나, 휴게실에서 비스킷을 먹으며 친구들과 떠들거나, 또는…….


"역시 경치가 좋네."


호그와트 구석의 인적 드문 성루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곤 했다. 그곳에서는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눈에 보이곤 해서,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게 제법 즐거웠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 만큼이나, 그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 역시 재미있으니까. 어쩌면 고향의 다락방에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그 익숙함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가만히 잿빛으로 물든 호그와트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코앞으로 다가온 보가트 실습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찾아든다. 두려워하는 대상으로 변하는 생물. …아니, 하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으므로 생물이라고 불러도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감점될지도 모르겠네. 이미 쓴 보고서의 두 번째 줄을 떠올리며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것을 고치자고 레포트를 다시 쓸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직 두려워하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친구들의 대화를 들어보아도 딱히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사자? 멋있잖아. 곰? 끝내주지. 바실리스크? 직접 보고 싶다. 거미? 그게 뭐가 무서워. 간혹 호그와트의 교수님 이름을 대는 녀석도 보였지만, 글쎄, 그 이면에는 학생들을 위한 애정이 어느 정도 섞여 있다는 것을 알기에 딱히 무섭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빗자루에서 떨어질 때 무섭다고 느껴본 적 없어? 무서운 게 없다고 말하니 누군가 반문했다. 딱히… 그냥 아, 망했다. 정도만 생각나는데. 제가 지나치게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크게 다쳐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하지만 크게 다쳐본 적이 없는 친구들도 두려운 게 하나씩은 있는 모양이었고, 지금까지의 부상이 전부 가볍기만 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물론 마법사들의 기준에서는 가벼웠지만.


"……뭐가 나올까."


성벽에 아슬아슬하게 기댄 채 밑을 내려다본다. 유령도, 사람도, 높은 곳이나 뾰족한 것도 딱히 무섭지는 않다. 한 때, 다이애건 앨리를 처음 접한 뒤로 마법사 세계라는 낯선 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것 역시 지금은 전부 지난 일이다. 이제 와서 보가트로 그런 것이 나온다면 리디큘러스 마법 없이도 배가 찢어지도록 비웃어줄 수 있었다.


애초에 두렵다는 게 뭔데. 어차피 이겨내면 되는 거 아냐? 불퉁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어쩌면 자신의 차례에 보가트의 원형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잠깐의 고민을 마치고 돌아선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아직 모른다.


"슈슈, 뭘 그렇게 많이 들고 가?"

"교수님께서 부탁하셔서……. 앗!"


어이쿠, 과장스러운 감탄사를 내며 올리비아의 손에 들린 무거운 책들을 가로챈 헤이든이 씨익 웃었다. 교수님께서 너무 부려먹으시는 거 아냐?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면서도 뺏어든 책을 단단하게 받친 채 올리비아가 가던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빈 손이 되어버린 올리비아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은데, 데니…."

"나도 정말 괜찮아. 이 정도는 든 것 같지도 않은데?"


빤히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웃지만, 미묘하게 경직된 표정에서 불편한 기색이 드러난다. 몸 약한 애한테 심부름을 시켜? 까닥이는 눈썹이 묘하게 삐딱하다.


"이제는 정말 건강하다니까…?"

"슈슈, 건강한 건 나 정도는 되어야 건강한 거야."

"크게 앓지도 않고…."

"아직까지 크게 앓았으면 나 맨날 병동까지 너 업고 뛰었어."


그 때, 개학하자마자 너 아팠다는 소식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2학년 초입의 일을 떠올리며 헤이든이 미간을 찌푸렸다. 부엉이나 올빼미를 키우지 않는다는 것은, 방학 기간 동안 마법사 친구들과의 연락이 단절됨을 의미한다. 즉, 친구가 얼마나 크게 앓았는지조차 뒤늦게 알게 된다는 뜻이다.


"……아프지 마."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반짝이던 노을빛 눈동자에 침울한 기색이 어린다. 약하게 태어난 것들은 일찍 가버려. 언젠가 농장 주인 아저씨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올리비아와 보폭을 맞추어 걷던 발걸음이 멈췄다.


"데니?"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올리비아를 가만히 눈에 담는다. 어두컴컴한 복도 때문일까. 어쩐지, 금방이라도 네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그건 그냥 내 착각일 뿐인데. 헤이든이 희미하게 웃었다.


"…네가 얼른 컸으면 좋겠어."


그래도 고비만 넘기면 제 명만큼 살아. 다 자랄 때까지는 계속 신경을 써줘야 해. 아저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얼마나 더 자라면 괜찮을까? 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마음을 놓아도 될까? 어른이 되면 그 뒤에는 안전할까? 따라붙는 수많은 의심들 사이에 자연히 따라붙는 것은….


"데니가 너무 빨리 크고 있는 거 아니야?"

"으응, 그래서 조금만 더 크면 슈슈가 안 보일 것 같긴 해."


장난스러운 낯으로 키득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내딛는 발걸음은 다시 힘차고, 노을색 눈동자에 어렸던 침울한 기색도 흔적없이 사라진다. 그는 언제나처럼 밝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공포라는 감정 따위는 모르는 것처럼 나아간다.


"슈슈는 보가트 실습 준비하고 있어?"


그래, 그는 아직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무의식에 차곡차곡 쌓여온, 상실에 대한 불안을 그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