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5화: Lost

01


"리브스 선수,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위험천만한 다이 메달'을 획득하셨죠. 고공비행 중 수직으로 낙하하실 때에는 정말 큰 사고가 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원래 겁이 없는 편이신가요?"


아니요, 저 겁 많아요.


"에이, 설마요. 이번에 세계에서 가장 겁 없는 수색꾼 1위로도 선정되셨다고요!"


정말인데.


"어떤 걸 무서워하시는데요?"


보가트요.


"하하, 농담도 잘 하셔라. 그건 어린 애들이나 무서워하는 거잖아요."


제가 지금 어린 애라는 건가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야, 누가 쟤 좀 말려라. 주장의 말에 몇몇 팀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죄송해요, 저희 애가 버릇이 좀…. 인터뷰를 맡은 기자에게 저 대신 사과하는 모습들을 심드렁하게 구경하던 헤이든 리브스는 소란을 뒤로 한 채 조금 전부터 수상하게 흔들리던 조그만 풀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가트는 갇혀 있는 공간을 선호하지만 어두운 숲 속이나 구석진 장소에서도 발견되며… 언젠가 작성했던 레포트의 문구는 참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녔다. 어두운 그늘 아래 놓인 그것과 가까워질 때마다 손톱 끝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다섯 걸음을 남겨놓고 무언가 튀어나왔고, 그는 곧바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뭐야, 귀여운 고양이한테 지팡이 들이밀지 마. 제정신이야?"

"시끄러워."


같은 팀의 추격꾼 동료가 놀리듯 건네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답한 그는 조그만 고양이를 얼마간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세상에 어둠이 드리워질 때마다, 태양이 점차 가려져 그늘이 짙어질 때마다 헤이든 리브스의 단단했던 신경줄이 점차 얇아져갔다.


"오늘 팀 회식할 건데, 같이 가지?"

"됐어, 친구 만나러 갈 거야."

"이건 아직도 친구 타령이네. 야, 너 호그와트 졸업한지 한참 됐어, 이제 사회인이야. 사회 생활 안 해?"

"사회 생활 안 해도 너보다 연봉 높으니까 신경 꺼라."

"재수 없는 새끼, 저거."


칭찬 고마워. 구석에 놔두었던 포트키를 만지자 순식간에 그는 자신의 집 거실로 떨어졌다. 테이블 위에 포트키를 올려두고, 부엉이가 놔두고 간 편지들을 살폈지만 그리운 이름들은 보이지 않았다. 각자 어른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의 인연은 멀어지는 법이라서.


"…밥이나 먹자."


사실 오늘 만날 친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피곤했을 뿐이다. 유명세에 시달리며 어디 한 곳 제대로 마음 기대지 못한 채 부유하듯 살아가는 어른의 삶이. 친구의 가게에서 사 온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태양이 흐려졌다고 하면, 너는 나에게 실망하려나.




02


살려줘, 헤이든. 네가 지켜준다고 했잖아. 나는 너를 믿었는데, 내가 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어둠에 잠겨드는 인영을 바라본다.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쥐고 주문을 외워보지만,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제발, 제발 사라져. 그 애를 놔주고 가. 아니면, 차라리 나를 데려가. 온 몸으로 발악을 해 봐도 소용이 없다. 자신이 아는 모든 주문을 외워도 살릴 수 없다. 저를 원망하는 눈빛과 마주한다.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혀가 얼어붙는다. 아니야, 이러면 안 돼. 나는 너희를 지키겠다고 다짐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것에게로 뛰어드는 순간,


"하……."


모두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떨리는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집 안 곳곳의 전등을 모조리 켰다. 바깥을 가득 채운 어둠이 조금도 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습관적으로 펼친 양피지에는 그것에 대해 모았던 정보들과 유용한 방어 마법, 전투와 관련된 전략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는 그것을 밤새 읽고, 또 읽었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그것을 마주할 날이 오겠지.

미래의 내가 나를 부른 이유는, 아마도.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




03


어둠에 잠긴 호그와트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숙사의 천장을 보며 눈을 뜬 그는 오늘도 작게 욕설을 읊조렸다. 이곳에 온 뒤로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 없었다.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었지만, 대사는 대부분 같았다. 살려줘, 헤이든. 네가 지켜준다고 했잖아. 울부짖는 목소리가 귀에 질기도록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리비아가 무사하다는 점이다. 기억을 잊었다는 점에 좌절하는 친구들도 몇 보였지만, 자신은 죽음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여겼다. 살아있다면, 그래, 살아있기만 하다면. 여전히 숨을 쉬고, 주어진 미래를 걸어나갈 수만 있다면.


"그냥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로 만족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알비스의 말을 들으며 헤이든은 자신을 괴롭혔던 숱한 밤을 떠올렸다. 숨이 끊어져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자신의 무력감에 온몸을 뒤틀었던 수많은 밤들을. 그것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낫지. 안 그래?


"테라."


익숙하지 않은 호칭을 부르며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끝까지 버티는 게 친구들을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잘 다녀올테니, 푹 쉬고 있어요."


기억을 잊은 이들은 조금도 괴롭지 않을 테니까.




04


하지만 내가 어떻게, 너희를 덮쳐오는 어둠을 보고도 그것을 피할 수 있겠어.


"헤이든!"


내가, 어떻게, 너희를.




05


네가 무너지면 나도 무너져. 절대. 잊지 마.


적어도 들렀던 애들은 다 얼굴 보고 갔어. 오지도 않았으면서 핑계는.


우리 아직 젊어, 데니. 지금까지 살아온 것의 네 배는 더 살아야 할 걸?


내가 준비될 때까지 대신 싸워줘. 그러면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 당신같이 태양처럼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리브스.


혼자 밥 먹기 심심할 때마다 놀러 와서 같이 밥이나 먹자.


우리 할머니가 늘 그러셨어. 노력하는 놈은 즐기는 놈 못 이긴다고.


너 퀴디치 할 때, 내가 이거 신는지 안 신는지 볼 거야. 알았지?


…음, 네가 내 뒤에 숨는다면 어쩔 수 없지. 나만 믿어.


왜, 부끄러워? 용기의 기숙사니까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좋을텐데!


난 메리골드라는 꽃이 좋아. 노란색에 예쁘기도 하고, 게다가 꽃말도 무지 좋걸랑.


헬리콥터가 노랑이래! 아니 헬리콥터랜다. 후플푸파. 아니 후풀프푸.



"일어나셨…… 어머."


몸을 일으키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헤이든 리브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것을 닦아냈다. 굉장히 긴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고, 괴로웠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어디 아프세요? 분명 치료는 잘 되었는데……."


아니, 나는 아마도.

슬펐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