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두어 개 정도는 풀어헤치고 다니던 셔츠의 단추가 하나씩 잠기고, 넥타이 역시 목 끝까지 올라온다. 익숙하지 않은 옷차림에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이런의 행동을 막지는 않았다. 어깨를 툭툭 터는 손길에 여전히, 친근하게 눈을 마주했을 뿐이다. 그것이 헤이든 리브스가 친구들에게 내어주는 다정이었으므로.
"잘 보고 한 거야."
친구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그것을 모른 척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특히 에이런은 생각이 많아서, 가만히 두면 그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가끔 스스로의 목을 죄일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헤이든은 가만히 에이런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머릿속에서 엉켜드는 생각들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위해서라면 그 꼬인 타래를 하나씩 풀어내 언어로 정제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상황은 명료하게 정리된다.
"그러니까, 친한 친구에게 네가 모르는 일면이 생겼다는 게 서운했다는 거네?"
요약하자면, 그런 것이다. 네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확실히 이해했다. 왜냐 하면, 그건 머글 사회에서 살아온 머글 태생의 아이들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을 법한 일이니까. 그럼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내어놓기 전, 헤이든은…….
"그 정도로 친한 친구가 있다는 걸, 마법사 친구 1호인 나한테 이제서야 말하는 거야? 그거 좀 서운한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툭 내뱉는 걸 참지 못했다. 실제로 서운함을 느끼진 않았지만, 글쎄. 만약 제가 에이런 만큼이나 감수성이 여린 타입이었다면 서운함이 이쪽으로 전염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뭐, 방금은 농담이고. 나도 머글 친구들과는 예전만큼 가깝지 않아. 여전히 방학이 되면 함께 만나지만, 대화 주제도 거의 겹치지 않고. 그 애들은 내가 1년 동안 축구 경기를 보지 않았다는 것에 경악하고, 나는 축구보다 더 멋진 스포츠를 시작했다는 말 대신 바빠서 그랬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지."
그들의 질문에 어떤 것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 그들의 하소연에도 공감할 수 없다. 친구들이 셰익스피어의 시를 분석하고, 유리수와 무리수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헤이든은 '그런 걸 배우는구나' 하며 멍청하게 흘려듣고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솔직하게 말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그게 최초의 문제일지도 몰라. 우리가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지 않는데, 그 애들이 우리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잖아. 벽을 세우고 있는 건 우리일 수도 있어."
단단한 벽을 세우고,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는 거짓말로 일관하는 이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비록 그것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 한들, 그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거리감을 느낄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호그와트로 온 것이 아니라 런던으로 이사를 간 평범한 머글이었다고 해도 코츠월드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을 거야. 환경이 달라지면, 그만큼 공유하는 이야기가 적어질 수밖에 없는 거니까."
실제로 코츠월드에서 이사를 간 친구들과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지금도 가끔 그 애들을 생각하지만, 일상에서는 그들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어쩌면 길을 지나가다가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때는 매우 친했던 친구들인데도.
"……그래도 난 여전히 내 머글 친구들을 친구라고 불러. 그 애들도 여전히 나를 친구로 대해주고. 뭐, 그 앞에 미심쩍은 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끔 대화의 핀트가 엇나가고, 그 애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볼 때면 나는 시선을 돌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옛날 이야기를 하면 즐거워. 우리 그 때는 그랬는데, 하면서. 그리고 내가 몰랐던 친구의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면 마구 웃어버리지."
머글 친구들과 보낸 방학의 몇몇 날들—마법사 친구들과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저절로 모든 방학을 머글 친구들에게 할애할 수는 없게 되었으므로, 그 시간은 나날히 짧아지고 있었지만—을 떠올린 헤이든이 조금은 그리운 듯 웃었다.
"멀어졌다는 건 부정하지 않아. 소식을 늦게 전해듣긴 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우리가 친구 라는 사실은 여전하거든."
각자가 살아가는 사회가 지나치게 다르더라도, 더이상 일상의 어느 부분을 공유할 수 없게 되더라도, 가끔은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생기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간을 공유했고, 그 어느 때에는 매우 가까운 존재였고,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것들 중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을 테니까.
"물론, 예전만큼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속상할 수 있어. 하지만 너도 그 애한테 개구리 초콜릿이 도망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거잖아, 내가 친구들에게 퀴디치 팀에 입단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는 점점 자라고, 그만큼 변화한다. 그것은 나의 의지와 상관 없는 일이며,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법사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헤이든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지팡이를 고르는 것조차 애를 먹던 에이런이 능숙하게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과거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서, 어느 미래에 돌아보아도 늘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
"기억해, 에이런. 우리는 친구 야."
호그와트를 졸업하면 너와 나도 지금처럼 일상을 공유하지 않겠지. 네가 어떤 고민을 끌어안고 침몰하고 있을 때에도 나는 그 사실을 모를 것이고, 내가 어쩌다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는 날이 오더라도 너 역시 그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먼 미래의 어느 날, 우리가 여전히 친구인지 의심된다면 언제든 내게 부엉이를 보내서 확인해."
적어도 지금 네가 하는 고민이, 미래의 우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분명 미래의 헤이든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어쩌면 네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그 친구도 네게 그러한 질문을 듣는다면 같은 대답을 내놓을지 모른다. 아니, 헤이든은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친구가 똑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우리는 친구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