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 빛과 꿈
리뷰
2017년, [알폰스 무하 :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를 통해 보았던 알폰스 무하와 이번 전시에서 보게 된 알폰스 무하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전시의 목적이 달랐다.
그동안 나는 알폰스 무하를 '아르누보의 거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미국에서 활발히 상업 작품들을 남긴 화가로 생각했다. 우아한 곡선들로 표현한 아름다움이 내가 느꼈던 전부였고, 그래서 알폰스 무하가 민족 화가라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전시는 알폰스 무하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 조금씩 슬라브 민족의 정체성이 담기기 시작한 것부터, 그가 민족을 위해 어떤 예술을 시작했는지까지 모든 서사가 그 안에 있었다. 고통받는 슬라브인들을 목격한 그는 더이상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림의 색채는 점점 어두워지고, 아르누보의 우아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익숙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 그 전후로 보인 무하의 모습은 내가 아주 오랫동안 들어왔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학교에서 배운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은 시와 문학 속에서 빈번히 보였고, 무하는 그것을 예술로 보였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민족의 뿌리에 진실해야 한다."
그 문장 앞에서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사실 올리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었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가장 한국적인 색채로, 폭넓은 시간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국내의 유명 명소들은 대부분 오픈런이 많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는 결코 한적한 풍경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까.
때문에 그동안 해외를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들을 골라내던 중이었는데, 이번 전시를 보며 문득 손놓았던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내가 그것을 하루 빨리 더 좋은 아이디어로 다듬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목소리가, 무언가 확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