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시집선 014 새벽 포스터

파도시집선 014 새벽

나를 여밀수록 당신은 찬란한 아침의 곁으로
카테고리
독서 기간 2026년 1월 1일 - 2026년 1월 3일
장르 시/에세이
작가 임나하 외 55인
별점

리뷰

새벽과 관련된 여러 작가들의 글이 실려 있는 얇은 시집.

'영원'에 이어 두 번째로 읽어본 파도시집선인데 앞으로 꾸준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특히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



p.14 / 여름 새벽 - 사백

난 새벽이 궤멸했으면 해요 언니

고작 서투른 낭만에 설레긴 싫어



p.17 - 18 / 너의 시간 - 열망

네가 사라진 세상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내가 나중에 떠난 뒤에

네 옆에 묻지 않을까 봐

한참 전 일이라고 잊을까 봐


네 이름을 유언장에 빼곡히 쓰는 일

내 인생을 다 헤집어도

더 의미 있는 존재는 없다고 단언하는 일

누군지 모를

나의 마지막을 집어 든 사람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하는 일



p.24 / 이곳에 있는 시티들을 다 돌아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살자고 했다 - 유연

나는 너에게

이곳에 있는 시티들을 다 돌아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살자고 했다

살려면 살 수 있는 것처럼

동전 비린내가 나는 손을 숨기고



p.37 / 희망행 탈선 주의 - 이유로

그야 나는 밥을 먹는 좀비라서 일을 하는 좀비라서 울고 웃을 줄 아는 좀비라서 꿈을 꾸던 좀비라서 아니 그땐 사람이었구나



p.47 / 회자정리 - 이서록

너무 그리워지기 전에 다시 만나

잘 자

사랑해



p.50 - 51 / 스노우볼 - 지원

조금은 서둘러 사라지려는 것들을 쥐어본 적이 있어

구원이라는 말은 유치했고

다음 생에서 보내는 안부는 필요 없었지

받아놓고 돌려주지 못한 약속이 싫어

새끼손가락을 내어줬었는데

거기까지 가고 보니 단번에 알게 되었지


남겨진 것들의 마음

미리 사라지거나 서둘러 떠난 것들은 모르는



p.52 / 야광타투 - 오연우

잠들기 전 너의 습관은 침대 속에서 툭 불거진 나의 척추를 점자처럼 신중하게 어루만지는 것 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숨길 것이 많은 나는 몸을 웅크렸다 그럴수록 뼈가 울렁이며 더 뾰족하게 솟았다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다 영악한 애인이 끝내 말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p.54 / 고백 - 이제

우리는 좀 더 이어졌어야 했다

신을 믿었어야 했다

마치 멈춰 버린 시계처럼

작열하는 태양

번져 버린 핏빛 수채화

나의 세계는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p.68 / U-485, 흑발의 천사 - 강랑

가자, 네가 영원을 두고 온 곳으로



p.76 / 밤사이 당신에게 - 백우미

여전히 고집스럽게 스러지는

당신을 사랑하며



p.90 / 청춘 - 백건영

나였던 것들을 길바닥에 조금씩 흘리면서

다시 주울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았었는데



p.103 / 잘 자 - 김리을

나는 언제까지고 나를 쫓아올 거야

절대로 도망칠 수가 없어

나는 나를 떼어낼 수 없어

내 몸 내 정신 내 비참함

모든 게 영원히 내 뼈 안에서 굴러다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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